저번 플레이오프때 내년 시즌부터는 가변석을 설치하여 운영할 예정이라는 시의원님을 통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설치 자체는 확정이고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 중이라는 것까지네요. 규모는 안양종합운동장 수준의 가변석이라고 합니다. 발주가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것 같아 이미 결정이 된 사항이라면 이제 건의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다만, 전용 경기장 건설 건이라든가 제 의견이 참고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맘에 개인적인 의견을 하나 피력해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개인적' 인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제 의견이 제 주변 분들을 포함해서 부천 팬의 다수 의견과는 배치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고민' 이라는 것은 제가 듣기로는 원정석 가변석을 배치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었을 당시 주변 분들은 "원정석은 없어도 된다". 라는 의견이 다수였고 그 외 분들도 아마 비슷한 생각이실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원정 팬을 소홀히 하고, 원정 팬을 배려하려 하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을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쟤네는 적팀이니까 잘해줄 필요가 없다. 혹은 구단에서는 ‘어차피 우리 팬도 아닌데 뭐 어때“ 라는 것이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반에 펼쳐져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원정 티켓값을 홈티켓보다 비싸게 책정하거나 원정석만 청소년요금을 성인 요금으로 받거나, 티켓 부스를 없애거나, 매점을 없애거나 가변석은 무조건 원정석을 제외하고 설치가 되어있거나 하는 행태 등이 있겠습니다. 

( 물론, 유럽에서도 구단이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일부러 인기 원정팀과의 경기때 티켓 값을 올려받거나 하는 경우가 더러 있긴 있습니다만, 관중이 적은 편인 K리그에서는 경제적인 논리보다는 원정 팬을 등한시하는 문화가 맞다고 봅니다. 참고로 유럽에서도 이문제로 항의를 받거나 안더레흐트의 경우는 UEFA의 지시로 경기 후에 뮌헨한테 원정 티켓 값을 일부 환불 해주는 소동이 있긴 했습니다. )

저는 특별히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닌 이상 '원정석 또한 가변석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라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경험을 바탕으로 크게 2가지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1. 축구팬이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

홈과 원정이라는 관계 이전에 우리는 큰 틀에서 K리그를 보는 같은 축구팬입니다. 안에서는 서로 경쟁하고 욕하고 싸우는 입장일지는 몰라도 결국엔 홈팬이나 원정팬이나 K리그를 보는 축구팬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원정팬은 홈팬과 같이 티켓값을 지불하여 경기장을 찾고 더 나아가서는 규모는 작을지는 모르나 교통경제 및 해당 지역에서 소비 활동 해주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집단입니다. 즉, 원정팬에 대한 서비스 그리고 쾌적한 관람 환경의 조성은 더 많은 원정팬을 불러모을 수 있으며, 우리는 이 규모를 될 수 있으면 키우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축구를 20년을 봐오면서 느낀 것이지만 우리 팀 원정을 갈 때 상대 경기장의 상태에 따라 원정행에 대한 욕구가 달랐던 것은 아마 다른 분들도 겪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정팀 상대의 경기장이 축구 전용이면 괜히 더 기대되고 가고 싶고, 강원이나 상주, 충주처럼 시골 종합경기장 수준이면 그 욕구가 덜해지는 현상말입니다. (저만 느낀거 아니죠?ㅋㅋ)

2. 자극 그리고 경기장 분위기 조성

첫 번째 이유와 관련하여 원정팬이 많아지고 그 거리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홈팬들도 이에 자극이 되어 ’전투력‘ 이 상승합니다.  저 멀리 소수 인원의 원정팬을 두고서 외치는 것보다 실제 적이(원정팬) 가까이 있고 그 수가 많고 목소리가 클수록 홈팬 입장에서도 더 크게 응원하게 되고 감정적인 동요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혹여나, 원정팬이 홈에서 우리 선수를 향해 욕을 하거나 과격한 모습을 보이면 일반석에 있는 팬들이 거기에 반응하여 ’우리팀‘ , ’우리 고장‘을 외치게 되고 격해지는 모습 또한 찾아 볼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K3 때 혹은 상대적으로 비인기팀의 원정을 갔을 떄 우리의 모습을 보고 더 열심히 뛰고, 외치거나 우리에게 반응하는 상대편 팬들을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고, 전용 구장에 홈팬이 많은 구장을 원정으로 갔을 때 더 커졌던 우리의 전투력을 생각하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팬들이 달아오르면 오를 수록 경기장 분위기는 고조가 되고 축구장 다운 모습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우리에게 더 좋게 작용될 것이라는 겁니다.

한국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남 잘되는 꼴을 못 본다‘ 이 특징 때문에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달려온 것이 또 하나의 힘이 되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더 큰 ’이익‘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사실, 팬들의 입장으로는 ’쟤네 뭘 배려해‘ 이런 의견이 주를 이루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구단이나 그 밖에 관계자분들은 조금 더 큰 틀에서 보고 조금은 ’비지니스‘적으로 생각을 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항상 최초의 시도를 많이 해왔었습니다. 변화 된 전광판(선수 명단)은 연맹에 영향을 주어 전 구단이 하게 만들었고 , 간이 가변석 설치도 대구와 같이 최초로 만들어서 가변석 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기 보다는 득과 실을 따져서 우리만의 생각으로 진행하여 또 K리그 전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붐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아마 소수의 의견일지 모르는 원정석 가변석 설치건에 대해 제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