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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2023.08.07

서포터

2023년 8월 5일 vs. 광양 원정경기 후기(V 4.0)

조회 수 525 추천 수 11

경기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났지만 내 멘탈은 나아진 게 없다. 너무나 힘들다. 사실 지금도 후기 쓸 정신은 아닌데, 두서 없이 급하게 쓴다. 오타도 많을 것 같은데, 일단 쓰고 나중에 고칠 생각. 

경기장에 들어 갔을 때 정말 놀랐다. 광양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다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름 휴가를 여수-순천으로 잡아서 온 분들도 있고, 죽자 살자 운전해서 온 사람도 있었다. 이 정도면 선수 가족에 맞먹는 성의가 아닐까. 이렇게 힘들게 온 사람들이 응원은 또 얼마나 힘차게 했는지. 그 정도로 이번 경기가 간절했다. 

 

하지만 경기는 내가 그날 대체 무엇을 본 것인가 싶을 정도로 심각했다. 직업 축구 선수들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선수들이 경기를 대충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의지는 보였다. 결과에 대해 선수들도 괴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게 면피가 되는 건 아니다. 프로 스포츠는 식당과 같은 비즈니스다. 식당에서 음식이 형편없게 나와서 손님이 빡쳤다. 그런데 식당 직원들도 괴롭다. 이게 면피가 되나. 

 

요즘 구단을 보면 과거 내셔널리그 팀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냥' 리그에 참가하고, '그냥' 경기를 하고, '그냥' 출근을 하는 게 아닌지 돌아보시길. 비전이나 희망, 결기. 이런 게 안 보인다. 지금 구단이 평화롭고 과거처럼 시장이 바뀌면 구단 직원이 싹 갈리는 그런 시대는 아니다. 그러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대체 구단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가지는 팬들이 늘어날 수록 구단은 위기에 빠질 것이다. 구단이 계속 좋은 직장이 되려면 매 시즌 비전과 목표가 있고, 이를 위해 팬들과 호흡을 하며 나아가야 한다. 팬들이 난리를 칠 때는 차라리 팬이 없으면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팬이 없어지면 팀도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일하는 사람도 점점 지루하고, 팬도 지친다. 어느새 좋은 직장이 좋은 직장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대표와 단장은 이런 비전을 던지며 앞에서 리더쉽을 발휘해야 한다. 리더는 위기 신호를 빨리 포착해야 한다. 

 

프로 스포츠는 왜 존재할까? 원론적인 이야기인데 팬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 지금 프로구단 부천FC는 팬에게 꿈을, 희망을 주고 있을까?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 예산 뒤로 숨지말기를. 돈과 의도는 다른 문제다. 이런 원론적인 문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조직은 어느 임계점에 다다르면 급격하게 무너진다. 구단은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외국인 선수 문제가 트리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다. 지금 새로 온 선수를 잘 써먹지 못하면 폭발할 것 같다. 우리보다 돈 없거나 비슷한 구단 외국인 선수도 우리보다 잘 한다. 그럼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남이야 좀 있는 집안이지만, 어제 골도 외국인 크로스였고, 이후 그 발데라마 머리한 선수는 우리 진영 휘저었다. 

 

하고 싶은 곁다리 말이 많지만, 경기로 돌아가면.. 제일 많이 보이는 문제는 '공격을 포기하는 듯한' 모습들이다. 전반 초중반에 김규민이 사이드에서 공을 잡았다. 크로스 올리면 될 것 같았다. 물론 우리 공격수도 자리를 확실히 못 잡았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올리지 않고 방향을 돌렸다. 박스 모서리 쪽에서 패스를 했고, 공은 끊겼다. 결과적으로 한 게 없는 것이다. 

 

올렸다고 골이 들어가는 거 아니다. 하지만 기대는 할 수 있다. 우리는 완벽한 찬스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완벽한 찬스 대체 언제 올까? 그런 찬스는 외국 유명 클럽도 경기 중 몇 번 만들지 못한다. 그거 만들어져야 슈팅을 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결과는 요즘 경기 패턴이다. 김규민은 이후 크로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아쉽게도 성과는 없었지만..

 

전남은 특히 후반에 최종 수비와 공격의 폭을 상당히 좁혔다. 우리가 하프라인에서 공을 잡으면 최종 수비와 골키퍼 사이에 넓은 공간이 나왔다. 바로 그 공간에 침투 패스나 그 사이에 떨어지는 공중 볼이 있었다면 우리 공격수가 돌아 들어가면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적어도 전남 공수 간격이 넓어진다. 

 

그래. 침투 패스를 해도 그런 상황이 안 나올 수도 있다. 키퍼가 빨리 나와서 처리할 수도 있고, 우리 공격수가 느릴 수도 있다. 근데 그런 패스는 후반에 딱 하나 나왔다. 찬스가 될 뻔 했다. 그 외에는? 뒤에서 계속 돌렸다. 계속 진짜 계속 돌렸다. 그러다가 사이드로 빼고 크로스를 잘 올리지도 않는 크로스를 기대했다. 아니, 뭘 해야할 꺼 아냐? 뭘 해야 상대가 헛발질도 하고 골키퍼가 버벅 댈 수도 있고, 우리 공격수가 잘 맞출 수도 있고,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뭐가 생길 것 아닌가!!!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최종 수비와 같은 라인에서 침투 패스를 기다리며 신호를 주고 출발 준비를 하곤했다. 그러나 패스는 내 기억에는 하나 있었나? 장신 공격수도 넣었는데 얼리 크로스 있었던가? 이 친구들 왜 투입했어요? 뭐하라구요?

 

코너킥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경험상 코너킥 3개 아니 5개에서 한 골 정도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이정빈에게 공을 주면 이정빈이 끌다가 올리는데 아... 다 길었다. 어쩌면 그렇게 다 길었다. 코너킥은 마치 다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전에 길었으면 잔디나 여러 상황을 보고 힘 조절이 되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다 길었다. 왜 그런 코너킥 고집했죠? 그동안 성과가 있었나요? 앞으로 언제 성과가 날까요? 그냥 코너킥을 단순하게 문전 앞에 바싹 붙이면 상대가 헛발질도 하고 골키퍼가 버벅 댈 수도 있고, 우리 공격수가 잘 맞출 수도 있고,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뭐가 생길 것 아닌가!!!

 

주식 투자를 할 때 주가가 떨어진다는 확신보다 무서운 것은 이 주식이 어떻게 될 지 도통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축구선수도 비슷한 것 같다. 이 친구가 지난 번에 잘 했는데, 이번에는 별로다. 이런 게 반복되면 감독은 중요한 순간에 투입을 꺼리다가 정말 카드가 없을 때 할 수 없이 한 번 쓰곤한다. 이의형 선수의 기복이 약간 그렇다. 이정빈도 좀 그런 것 같다. 어쩔 때는 아니, 이런 천재가 하다가 어떨 때는 내가 아는 선수 맞아 그런 느낌이다. 

 

지난 경기는 사실 전체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보였다. 전남은 완벽한 찬스에서도 허공에 날리고 붙으면 당황하는 분명히 A급 팀은 아니었다. 그런데 대체 왜 그렇게 위축되어 보였나? 잃을 것이 뭐가 있다고 그렇게 쫄아 보였나.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한 선수들이다. 꿈을 안고 프로에 왔을 것이다. 이제 한 경기 한 경기가 이번 인생의 축구 판에서의 커리어를 좌우하는 소중한 기회들이다. 자신감을 갖고, 거칠게, 절실하게 붙어라. 그동안 이 선수들 축구 선수 만들기 위해 달러 붙은 부모, 가족, 지도자, 팬들을 생각하면 위축이 왠 말인가. 유소년 가보면 주변의 지원과 관심 진짜 처절하다. 우리 선수들도 대체로 그렇게 자랐을 것이다. 이제 보답할 때다. 죽기 살기로 뛸 기회가 왔다. 프로에 왔으니까. 가족을 이룬 선수들은 더 동기 부여 될 것이다. 팬이 봐도 그런데, 가족들은 어제 같은 경기 보면 미칠 것이다.

 

그 가운데 서명관의 발전이 보였다. 사자머리 외국인 선수와 강하게 붙어서 볼을 탈취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서명관은 지난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어린 선수 유승현이 기복을 좀 타는 것 같은데, 나쁘지 않다. 경기 중에 내 느낌이 맞다면 "내가 이러면 안 되지"하는 각성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플레이가 좋아지는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이주현은 이번 경기도 잘 했다. 첫 실점 후 멘탈이 흔들렸을 텐데, 바로 이어진 골과 다름없는 상황을 잘 막아냈다. 그가 아니었다면 0-2 이상으로 질 수 있었다. 

 

이영민 감독은 3년 정도의 시간을 주면서 팀을 재건하는 기회를 줬다. 올해가 그 3년째라는 것을 상기하고 싶다. 그 3년을 팬들은 가슴에 새기고 꼴찌를 해도 박수를 쳤다. 돈이 없다. 지원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은 대충 알고 있다. 하지만.. 감독도 부천이 그런 곳이라는 거 알고 왔으리라 맏는다. 취임 때 많이 듣던 말일 것이다. 감안하고 한다고 했다. 감안하고 해달라. 

 

그리고 구단은 좀 더 치열하게 팀을 운영했으면 한다. 하반기 자금이나 추경 등을 위해 단장 등은 시청에 가서 강하게 붙어본 적 있나? 아니면 시의원들 찾아다니면서 추경이 필요하다. 지원한 만큼 벌어 보이겠다 이런 결기 보인 적 있나? 아니면 주는대로 처분 대로 예예 하고 있나? 일반 직원들도 다른 구단 상황, 승률에 따른 수입 비교, 다른 구단의 수입 등 백데이터를 정교하게 짜서 서포트 하고, 단장이상 급이 실제로 붙어야 할 일 인 것 같다. 이미 그런 일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해명해주길 바란다. 

 

지난 경기 너무 더웠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다. 이런 날씨에 선수들에게만 뛰라고 하는 것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서 나도 뛰려고 한다. 이번 경기도 체력이 되는대로 뛰었다. 지금이다 싶을 때는 소리를 속에서 끌어내서 외쳤다. 핑 돌아서 어 이게 뭐야하는 순간도 몇 번 있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렇게 경기장에 있었다. 옆에서 보면 많은 분들이 애가 타다 못해서 끊질 듯 말듯 한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다음 경기까지 일주일간은 거의 우울하다. 분노조절 장애가 올 것 같은 두려움 마저 든다. 

 

경기의 여러 장면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거리가 맞지 않는 수 많은 크로스, 앞 공간이 있는데 밀어넣고 경합을 붙일 법도 한대 뒤로 돌리는 많은 모습들. 이런 모습은 비굴해 보였다. 아 난 못하겠어. 닐손 줘야지. 알아서 하겠지. 닐손은 카즈에세 카즈가 사이드로 주면 어머 왜 나에게 골을 줘? 깜짝 놀라게? 다시 줘야지. 이번에 나 주지마. 이런 느낌. 다시 제대로 돌려주면 다행 그냥 목적 없이 차내서 상대에게 공을 주는 일이 다반사. 중앙에서 공을 잡았어. 사이드에 우리 선수 두명이 있어. 공은? 두 선수 사이로 차서 사이드 아웃. 후반에 시간도 없는데... 아.. 이게 뭔가... 차라리 코너로 밀어서 붙어 보기라도 하지. 아니면 문전 앞으로 던지던지. 포워드에서는 첫 터치를 할 때 문전 앞으로 흘리면서(안정환이 뭉차에서 많이 보여주던 퍼스트 터치) 등이 아니라 상대 골대 반대편 우리 진영 쪽으로 내려 놓고 공을 따라가서 다음 동작을 하는데 상대 수비를 이미 대비를 다 하고. 

 

공을 받으면 "아싸 ㅅㅂ 다 죽었어" 일단 너, 너부터 쩨끼고" 이런 게 안 보인다. 공은 문전 앞으로 넣으면 "오예~"하면서 달려서가 우당당탕 붙는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 실패하면 어때? 죽자 살자 붙다가 안 되는 거, 관중석에서도 보인다. 이도 저도 아니면 조축에 가끔 선출 보면 중앙선에서 때려도 골대로 뻥 하고 날아가던데, 우리 선수들은 그거 안 되요? 은퇴 10년 된 사람들도 다 하던데.. 그냥 지르세요. 축구 일이년하나. 그거 왜 못해? 어영부영 하다가 빼앗기는 것보다 백배 낫지.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선수단 버스를 봤다. 선수들 절룩 거리면서 화장실을 가는 모습을 보니 짠했다. 이런 결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정이 넘어서 계룡산 집에 도착했다. 서울, 인천 친구들은 새벽 3시 정도에 도착한 것 같다. 힘들고 긴 하루였다. 후반 막판에 전남 선수들은 관중석을 향해 함성을 유도했다. 정말 참담했다. 우리가 먼 길을 와서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나..

 

용인대를 대학축구 상위권으로 안정적으로 상당 기간 운영하던 이장관 감독의 프로 도전은 험난했지만 적응기를 끝내고 좀 올라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영민 감독이 프로 신인 감독급에서는 이장관 이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감독이라 생각한다. 그런 기대를 이제 실적으로 보여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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