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팀들이 잇따라 패했습니다. 잘 하던 팀들이 갑자기 패하는 것은 리그에서는 흔히 있는 일인데, 특히 K2에서는 더욱 흔한 일입니다. 우리가 리그 중반에 엄청 부진했는데, 의외로 상위권과 큰 격차가 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끝까지 잘 하는 팀이 적은 편입니다.
이런 기복은 멘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경기 경남 이겼는데, 성남도 이기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경기는 끝난 겁니다. 2004년 한국 국대가 몰디브 원정에서 0-0으로 비긴 적이 있죠. 몰디브는 우리 고교팀 수준일까요? 휴양지 몰디브로 가면서 모히또나 마시고 10-0으로 이기고 오자는 마음이 경기를 개판으로 만들었습니다.
"에이 이기겠지"라는 생각이 엄청난 연쇄 작용을 일으킵니다. 일단 훈련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에이 이기겠지. 훈련 후 몸 관리 프로세스가 망가집니다. 에이 이기겠지. 제 시간에 안 자고 게임하고 유튜브 봅니다. 에이 이기겠지. 당일 몸도 적당히 풉니다. 에이 이기겠지. 경기를 앞두고 2~3일 동안 관리 되지 않은 몸은 경기장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당황하고 꼬이다가 말도 안 되는 경기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경기 중반에 "이러면 안 되지. 우리가 왜 이래" 하지만, 몸은 그렇게 쉽게 돌아오지 않고, 오히려 숨만 차오르죠.
과거에 몇 년 동안 어설프게 팀을 운영해본 적이 있는데, 곁에서 그런 모습 많이 봤습니다. 경기 당일 잠이 안 깨서 나옵니다. 알아보니 전날 게임하느라 새벽까지 잠을 못 잤다고 합니다. 에이 이기겠지라고 생각할 법한 경기 날이었습니다.
성남은 이길 수 있는 팀입니다. 성남은 마치 자신이 세련되게 경기를 해도 K2는 평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축구를 합니다. 지저분하게 붙으면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습니다. 공격할 때는 적극적인 전진 패스, 과감한 돌파, 슈팅 마무리, 수비 때는 우리 진영 중반부터는 무리하지 말고 앞에 서고, 크로스를 막는데 집중하고, 일대일 월패스로 뚫고 들어오는 거 조심하면 낙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멘탈을 잘 관리한 상태에서.
어떤 팀을 만나도 최상의 정신으로 최상의 몸상태를 만들고 경기에 출전한다면 축구 선수로서 한단계 뛰어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입으로만 "정신 차리자" 이거 소용없고, 경기에 임하기 전 루틴을 경기 몇 일 전부터 충실하게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경기 시간이 남았습니다. 혹시 풀어졌다면 집중하고 몸 잘 풀고, 준비 잘 하길 바랍니다. 이번 시즌 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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