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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식

2007.12.29

[김형찬님 칼럼] 2. 그가 기용되었던 포메이션과 기용되지 않았던 포메이션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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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를 추억하며 2. 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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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환 선수가 한창 활약하던 시절 대한민국 포메이션의 대세는 3-5-2 였습니다.
독일이 1990년에 압박 축구를 들고 나오며 유행시켰는데, 히딩크가 오기 전에는 대세였지요.



여기서 잠깐, 축구의 포메이션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포메이션이라는 것은 여러 형태로 변화되고 운용 역시 다양하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일반인이 이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부터도 스리톱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멕시코가 스리톱을 쓰는 것을 보고서야 처음 알게 되었으니까요. 이건 제 문제만은 아닐 듯 합니다. 혹시 체육 교과서를 보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배우던 체육 교과서에는 WM 포메이션을 가르쳤으니까요. WM 포에션은 말 그대로 공격수를 W자로 수비수를 M자로 포진시키는 것으로, 일견 요즘의 3-4-3과 유사한 포메이션인데, 이것은 1930년대 아스날에서 들고나와 축구계의 폭발적인 혁명을 일으킨 전술이지요. 우리가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종이 축구게임에 나온 포메이션은 바로 이 WM 포메이션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더군요(아시죠? 종이 위에다가 책받침같은 공을 샤프로 튕겨서 하던 놀이..).



어쨌든 90년대 거의 예외없이 사용되었던 3-5-2 시스템 중에서 윤정환이 사용되었던 포메이션과 사용되지 않았던 포메이션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96년 아틀란타 올림픽 비쇼베츠 사단(기억에 의존하므로 정확한 이름인지 잘 모름.. 이해 바랍니다)



                             최용수   우성용                          

                                  윤정환

         박충균    최윤열             최성용     이기형

                       김현수 김상훈  이상헌

                                 서동명



98년 프랑스 월드컵 차범근 사단

                             최용수 서정원

                        고정운            이상윤

              하석주           유상철       이기형

                      이임생  홍명보  이상헌

                                 김병지



같은 3-5-2 포메이션이지만, 윤정환을 사용한 경우와 사용하지 않은 경우는 차이가 있게 됩니다. 비쇼베츠 감독의 경우 윤정환 선수를 전술의 틀에 놓고 수비력이 좋은 4명의 미드필더를 후방에 배치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특히 두 명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윤정환 선수의 좁은 행동반경이나 많지 않은 움직임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므로 강력한 수비력과 넓은 행동반경을 요구하게 됩니다(최윤열 선수가 대전에서 수비수로 뛴 점, 최성용 선수가 95년 일본전에서 상대 에이스인 마에조노를 꽁꽁 묶은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런 포메이션에서 공격의 중심은 당연히 윤정환 선수에 있는 것으로 투톱을 향한 스루패스나 양 윙백이 오버래핑을 할 때 측면으로 뿌려주는 패스가 주 공격루트가 됩니다.



반면 차감독은 측면을 극단적으로 이용한 전술을 사용합니다. 3~4번의 패스로 상대편 골문 앞에까지 가서 슛이든 골이든 승부를 보는 것이 공격전술의 요체이므로, 이를 위하여 중앙에는 한 명의 수비형 미들을 이용하여 중원싸움을 하고 나머지 미드필더는 모두 측명을 공략하는 데에 사용하게됩니다. 그러므로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는 선수는 공격전개력보다는 수비력과 체력을 우선적으로 요구하게 되지요. 단 한 명 밖에 없는 중앙 미들, 거기다가 수비부담이 다른 경우보다 배는 되는 이 포지션이 윤정환 선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할 것입니다.



히딩크의 3-4-3 역시 윤정환과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습니다.  히딩크 감독 축구는 아시다시피 조금이라도 더 공을 소유하여 경기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을 중시하면서도 우리의 경우 측면을 주요 공격루트로 잡습니다. 그래서 두명의 중앙미드필더를 두되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두게 하고, 공격전개는 측면 미드필더와 윙포워드를 위주로 합니다. 이와 같은 전술을 사용할 경우 공격전개에 있어서 따로 플레이 메이커를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당시의 포워드가 안정환이나 황선홍과 같이 활동폭이 넓고 스스로 볼키핑이나 패싱이 가능한 선수라면 윤정환 선수의 자리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윤정환의 공격력이 윤정환의 다른 단점들을 상쇄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 윤정환 선수를 기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감독들의 나름대로의 결론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는 최근의 수비축구의 경향을 볼 때 다시 윤정환 선수와 같은 선수의 스타일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브라질도 그들의 전통적인 happy-go-lucky 스타일을 버리고 수비를 강조하는 전술을 사용하여 24년만에 월드컵 트로피를 따냈고, 지난 유로 2004에서 그리스 또한 강력한 역습에 바탕을 둔 수비적인 축구로 우승의 감격을 안았습니다. 트루시에 재팬도 수비력의 문제로 슌스케를 버렸습니다(물론 환타지스타는 한 팀에 두명이나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한 몫을 했습니다만...).



더구나, 최근 윤정환과 유사한 스타일의 리켈메를 전술의 중심에 두고 코파 아메리카에 임한 아르헨티나가 사실상 2군이나 다름없는 브라질에 참패하며 우승컵을 놓친 사실이나, 슌스케와 나카타를 한꺼번에 기용하며 아름다운 축구를 하겠다던 지코 재팬이 2006 월드컵에서 졸전을 펼친 것을 보면 윤정환 선수와 같은 스타일의 선수를 다시 보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기사를 보면 윤정환 선수는 자신의 스타일 대로 경기를 할 수 있어 사간 도스에서의 생활이 아주 즐겁다고 합니다. 한 때 그의 패스 한 방에 울고 웃었던 팬으로서 그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쉽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그가 즐겁게 축구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괜스레 반갑습니다.



그리고, 저는 언젠가 부천으로 돌아와 예의 그 아름다운 패스를 뿌려댈 그를 상상해 봅니다.



별 것 아닌 글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ㅋㅋㅋ ^^V



출처를 밝히시고 퍼가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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