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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식

2008.06.30

[펌] [2008 K3리그 15R] 서울허접유나이티드전 경기후기

조회 수 1092 추천 수 9
現 모 일간지 신문 기자로 계시며,
부천 서포터 헤르메스 !! 소모임 아이레즈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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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총동원령

(아이레즈 現회장님) 형찬형님의 총동원령이 떨어진 이후 사실, 우리 아이레즈 사이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것은 사실입니다. 연락을 취한다던가 하는... 그러나 당일날 모인 인원을 보니 총동원령을 성실히 이행했다는, 마음으로는 이미 쉼없이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경기 중간인가요. 조현진형님께서 "총동원령은 뭐하러 내려가지고... (서울애들)별거없구만"이라고 농담을 건네시기도.

총동원령에 부흥하는 멋진 (서울의)서포팅을 기대했지만 사실 K리그부터 한국의 서포팅을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에 가득찬 우리 눈으론 서울애들의 서포팅은 그저 귀여운 수준, K3에선 그나마 없으면 허전할 수준, 부천이 없을때는 K3의 소중한 존재이기도 했을법한 수준....뭐 이정도로 하겠습니다.



2. 부천역에서 1시간.

1시30분쯤 신연수역에서 출발한 저와 신재윤군이 부천역에 도착한 시간은 2시가 채 못된 시간. 약속대로 전철 맨 뒷 칸쪽으로 갔지만 레플리카와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것은 우리들뿐. 분식집 가서 이것저것 주워먹고 나오니 2시35분. 혹시나해서 내려오니 그때까지도 아무도 없어서 살짝 실망하고 있었습니다. "에이~~오늘 별로 안오겠다"

그때 합류한 손용주군. 그리고 이어서 줄줄이 내려오는 부천식구들. 서포팅송까지 우렁차게 들리며...사실 두식이에게 "공공장소에서는 이러지말자. 잠실역부터 하자"라고는 했지만 내심 기분은 좋았습니다. 붉은 물결이 한덩어리가 되자 왠지 맘이 놓이는 것이었습니다.



3. 붉은 원정대

전철에 오르려하자 붉은 옷에 붉은 깃발. 우르르 지나가니 전철 기관사가 "촛불집회 가느냐?"고 묻더군요. 조중동이 촛불집회 참가시민들을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기사빨이 어느정도 먹힌건지...

긴 깃발 우겨넣고 낑낑대며 이동. 다시 신도림역에서 2호선으로 이동. 이동하는 동안 시민들의 관심집중...



"어디 월드컵 해요?", "국가대표 축구경기있어요?"



그들에게 부천FC1995의 소중함을, K3리그를, 그리고 오늘의 경기가 나름의 더비임을 그들은 끝까지 몰랐을 것입니다.



그리고...우리의 서포팅은 종합운동장역을 내리는 순간부터 시작됐습니다.

내리는 순간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저절로 서포팅송이 시작되더군요. 두리번 거리는 시민들, 승객들...

"알레알레알레부천알레~~~"

전 사실 길거리서포팅을 이번에 처음해봅니다. K리그 시절엔 아마 규제를 했던 기억이... 지하철에 야구를 보려고 오가는 사람들, 야구장 앞의 야구팬들... 모두 우리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목소리를 어느때보다 우렁찼습니다.

가슴이 벅차고, 부천서포터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순간이었습니다. 잠실경기장에서 좌석에 검은비닐 씌우고 있었을 서유애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큰 목소리... 부천FC가 존재하고 있다는 그 목소리...



4. 열악한 잠실올림픽주경기장과 서포터즈 더비(?)

조악한 화장실, 위에서 조명이나 스피커가 떨어질지 모르니 그 밑에 있지말라는 안내, 한 10년은 청소를 안한것 같은 좌석, 저보다 가벼운 사람이 올라가도 부서지는 좌석, 누덕누덕 기운 운동장, 곳곳의 거미줄. 우리 헤르메스캐슬이 얼마나 좋은 환경인지 깨달았습니다.



아까 1번에서도 얘기했지만 그들의 서포팅에는 눈에 띄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물론 관심도 없고 상관도 없지만. 그들 역시 그들 나름대로 그들의 팀을 사랑하고 있겠죠.

다만 우리 부천의 기선제압은 제가 이제껏 본 것 중 최고였습니다. 경기장을 완전히 압도한 "컴온부천"외침.

구단깃발 들고 입장 리허설 하던 중학생들이 흠칫 놀라 우리쪽을 쳐다보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리고 내내 이어진 서포팅은 역쉬 제 목소리를 완전 맛가게 만들었지만.

오랜만에 멋진 서포팅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고 자부합니다.



5. 경기(전반)

크삼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중에 K리그 짬밥을 조금이라도 먹어본 선수들의 특징은 (상대편 선수인 경우) 경기스타일이 매우 거칠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원래 너네들하고 발을 섞을 군번은 아니었다...라는 듯한 거만함? 자신감? 노련함? 어쨌든 제용삼과 우제원은 그렇게 거친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선수들은 어차피 우리 부천선수는 아니었으므로 원래도 그따위 스탈인지 모르겠으나 경기도중 본, 특히 제용삼의 경우 수비수 뒤에서 팔꿈치로 어깨를 찍어누르거나 하는 손축구를 무척 잘하는 선수였습니다. 물론 낼모레 불혹이라는 나이에 걸맞는 몸부림으로 보여집니다.



전반은 어느팀이 우세했다 보기힘든 공방전이었습니다. 현진형님 말대로 전반 25분에 다다르도록 유효슈팅이 제로일 정도로 미들과 수비싸움이 치열했습니다. 심판도 그런대로 괜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이때까지만해도 말이죠)

사실 상대방 우제원은 좌우중앙 가릴 것 없이 꽤 폭넓은 움직임을 보이는 적어도 크삼리그에서 탐낼만한 선수인것은 맞아 보였습니다.

부천의 공격은 살짝 왼쪽으로 치우쳤습니다. 그러나 왼쪽에 대한 상대방의 수비도, 우리 공격도 둘다 약간씩 엉성했습니다.



실점 상황은 어쩔 수 없는 킬패스와 어쩔 수 없는 백 크로스(?), 그리고 침착한 우제원의 땅볼슛. 뭐 이렇게 귀결되겠습니다. 최영민 골리가 다이빙 조차 할 수 없던 완벽한 실점이었습니다. 2선에서 갑자기 뛰어드는 선수에 대한 수비가 허술했던 것입니다. 선수마크 실수는 부천이 전반기 내내 지적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점 이후 동점골을 넣기까지 약 4~5분간 부천은 꽤 높은 집중력을 보이며 좋은 찬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부분은 제생각엔 전반기를 치르며 나아진 부분입니다. 초반 2연승이후 부진에 늪에 빠질 당시 한골을 내주면 무리하게 공격에 가담하다가 더더욱 수렁에 빠지는 경우가 생겼는데, 지난해 크삼리그 우승팀을 상대로, 원정경기에서 빠른 회복력을 보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쨌든 부천의 공세는 곧 상대 수비의 빠른 볼처리를 위한 압박이 되었나봅니다. 상대 수비수는 비교적 쉬운 볼처리 과정에서 페널티지역 안에서 공을 손으로 건드리는 실수를 합니다. 주심이 정말 고마우시게도 올바른 판단을 해주시어서 우리는 천금과 같은 찬스를 얻습니다. 그리고 제 선수의 침착한 골. 골 동영상을 자세히 보시면 볼을 향해 빠르게 뒤다가 볼을 차기 한두발짝 전에 속도를 살짝 늦춰 아주 잠깐이나마 골키퍼의 움직임을 미리 보는 고난도 테크닉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볼 역시 세게 차지 않고 슬쩍 칩샷을 섞는 노련함까지.

실점 이후 5분 이내에 동점을 만드는 집중력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다만, 후반전의 참사를 예견할 수 있는 모습들이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서울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인데, 이부분은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배상용 군과도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게 했습니다.

상대선수로는 지저분하고 더티하겠지만, 적어도 성인축구에선 승부를 위해선 그것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서울애들은 부천이 침대축구를 했다고 했지만 적어도 제 관점에선 그것은 서울선수들의 무릎과 팔꿈치에 의한 어쩔 수없는 것이었습니다.



6. 경기(후반)



공방을 벌이던 후반 중반, 결국 그 예견된 참사가 벌어지고 맙니다. 몇차례 상대 공격수와 부딪히며 위험한 모습을 보이던 최영민 선수가 상대선수가 부딪힌 뒤 쓰러져 5분이상 일어나지 못합니다. 전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대략 어디를 다쳤는지 듣지 못했습니다.

목 보호대를 하는 것으로 봐서 상대방 가격으로 인한 머리부위의 충격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골키퍼를 몇번 해본 저로서도 그것이 얼마나 겁나고 무서운 플레이인지 압니다. 축구화와 신가드로 무장한 축구선수 다리의 스윙궤적을 향해 몸 앞을 내던지는 것은 정말 대단한 정신력인 겁니다.

최영민 선수의 완쾌를 기원합니다.



어쨌든 최영민의 부상 직후 가장 걱정스러웠던 것은 선수들의 정신력이었습니다. 14경기 동안 수많은 수퍼세이브를 기록하며 질 경기를 비기는 경기로, 비길 경기를 이기는 경기로 만들어왔던 최영민 골리의 예상치못한 아웃은 특히 수비수들의 심적동요를 가져올 것이란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부천의 왼쪽이 자주 허물어지며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게됩니다. 모두들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서울의 슛이 골대를 비켜간 이후, 다시 서울의 슛이 골대 왼쪽 대각 모서리 쪽을 맞으며 부천은 위기를 넘깁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서울애들의 "아웃된 볼 줏으러 가다가 대자로 넘어지기 1회 + 평범한 패스 못잡아서 아웃시키기 2회 등 개콘내공 3단 콤보 작렬.

그런데 경기의 전환점은 거기부터였습니다.

그들의 쌩쇼에 흔들린 것은 우리 부천 서포터와 그들 자신뿐. 부천의 경기력은 그때부터 상승일로 걷기 시작.



아기자기한 패스에 의한 중앙침투, 좌우 사이드 돌파에 의한 날카로운 크로스. 특히 상대방 오른쪽을 파고들다가 올린 땅볼 크로스를 헛발로 날린 장면은 이날 경기중 최고로 아쉬운 장면 중 하나입니다.

경기종료전 15분간은 그야말로 부천의 페이스였지만 부천의 맥을 끊는 것은 서울선수가 아닌 심판이었다는 점에서 역시 아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양 선심들의 생쇼는 그야말로 노골적이었습니다.

특히 부천서포터들이 눈 부릅뜨고 있는 바로 그 앞에서 벌어진 엔드라인 아웃을 바로 1미터 뒤에서 보고 있던 선심. 그럼에도 그것을 묵과하고 지나간 그 선심. 이번 경기가 끝난 후 자신이 그 장면을 보고도 그냥 지나갔던 것을, 그래서 부천이 놓쳐버린 코너킥 하나가 흐름에 영향을 줬다는 것을 그 선심도 알았을 겁니다. 제발 좋은 심판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ㅆㅂㄹㅁ(여기서 욕하면 되지요? ㅋㅋ)



이제 후반기가 시작이네요.

다시 뜁시다. 알레 부천.



이상 중언부언 후기였습니다.

3개의 댓글

Profile
이경하
2008.06.30
후기 잘읽어습니다~ ^^
Profile
정두식
2008.06.30
채주봉 선수가 모 서포터의 홈피에 적은 방명록 내용중에..

처음에 서유 서포터가 있어서 조금 기죽었었는데..
부천 서포터가 오고 나니까 .. 마치 홈처럼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런식의 글을 올렸다고 하더군요..

김태륭 선수는
몸을 풀고있는데.. 부천 서포터의 장외 서포팅 소리를 듣고
선수들끼리 .. 야 부천서포터 왔나보다! 라며 웃었다고 하더군요 ^^

선수들도 서포터 없이는 못사나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rofile
김동준
2008.07.02
깃발 그대로 들고 광화문가서.. 붉은기를 높이 들어라~~~~~~~~~ 서포팅을 했다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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