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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2023.07.24

서포터

2023년 7월 23일 아산원정 후기(V 2.0)

조회 수 484 추천 수 10

개인적으로 시작이 좋은 원정이었습니다. 토요일 저녁에 오랜 헤르메스 형님, 친구와 또 축구판 동생 등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에는 현용환 님이 하시는 아산의 맛집 이우철 한방 누룽지 삼계탕 둔포면점에서 늦은 여름 삼계탕도 잘 먹고, 경기장에 일찍 도착해서 차에서 한 시간이나 늘어지게 잤습니다.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주말입니다.

 

식사 중에는 원정 때마다 그렇지만 경기에 대한 설레임이 가득했습니다. 지난 홈경기의 부진을 이번에 털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설마 비교적 약체 팀과 경기에서 연달아 부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빈약 확률적인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경기 전에 좀 일찍 들어가서 리더팀 막내로서 걸개도 걸고, 짐이 있다면 같이 나르려고 했는데, 차에서 잠을 너무 많이 자는 바람에 경기 시간 다 되어서 들어갔고, 그나마 형용환 님이 챙겨주신 생수를 들고 가는 것으로 마음의 빚을 덜었습니다(용환 형님 감사합니다!).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에 나온 선수들이 원정 팬들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했나요? 난 못 봤는데, 비가 예고된 날. 타올, 속옷까지 챙겨서 일요일을 털어서 간 팬들과 경기 전후 교감은 필수 아닌가 합니다. 경기 시작 시간이 촉박하다면 그라운드 중간에서도 서로 얼굴을 바라볼 수 있었을 텐데요. 이런 말 아재같아서 하기 싫지만, 90년대 후반 같으면 이거 같고도 경기 전부터 지랄 난리가 났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몸풀기 전에 서로 바라보는 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무시해 주세요. 저는 선수들과 대면하는 시간을 단순히 '인사'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네요. 아마 팬들도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내가 돈 내고 온 고객이니까 인사 하고 가. 이런 생각이 아니라. "보고 싶었다. 오늘 잘 하자"는 일종의 텔레파시를 쏘는 시간이라고 해야하나요?

 

새 외국인 루페다가 교체 명단에도 없는 게 좀 싸 했고, 비가 오려면 와 버리지 습도만 높고 온도 마저 올라가는 꿉꿉한 날씨도 싫었습니다. 이런 꿍한 감정과 찝찝한 날씨 속에서 전반은 그야말로 최악의 졸전이었습니다.

 

우리 플레이 문제는 차차 이야기하고, 일단 경기장이 너무 심했습니다. 이런 경기장에서는 프로 경기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실 현장에서는 잘 몰랐는데, TV로 보신 분들은 물이 여기저기 고여있고 상태가 상당히 심각했다고 말합니다. 

 

경기장이 이러하니 패스를 통한 빌드업에는 문제가 있겠죠.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 줄 미드필더도 줄부상으로 지금 부천에는 거의 없고요. 그래서인가 앞으로 길게 지르는 모습이 많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공격진이 이런 긴 팬스를 잘 처리하지는 못했습니다. 상대도 잘 하는 팀은 아니다보니 전반은 뭐랄까 그냥 난장판 같았습니다. 이거 멀리까지 와서 비 맞으면서 돈 내고 보는 스포츠 경기 맞어? 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헤르메스의 응원은 그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도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 경기에 뛰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 후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게 올 시즌 들어서면서 각오이기도 했습니다. 나이를 먹다보면 알게 되실 것입니다. 제가 축구 이렇게 본지 이제 25년도 넘었는데, 앞으로 이렇게 펄펄 뛰면서 볼 날이 그 만큼 남았는지 모르는 일입니다. 한 시즌 한 시즌이 피 같고 소중합니다.  

 

닐손주니어의 실수로 인한 실점은 뼈 아프지만 닐손이나 이범수 선수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닐손은 그간 까방권을 많이 따놔서 이 정도는 뭐. 이범수 선수도 어제 선방이 있었습니다. 그냥 운이 없었던 실점으로 생각합니다. 

 

하모스는 일찍 교체되어 나가던데, 사실 잘 모르겠는데 못 한 모양이죠? 헤딩 때 같이 점프하지 않는 등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후반 초반에는 빌드업을 하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패스가 더 이어졌고요. 찬스도 많았고 아슬아슬한 장면도 이어졌습니다. 뭔가 희망이 보였습니다. 마지막 세밀함이 계속해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역시 경기장 문제였을까요? 우리 장점은 더 이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쉽지 않은 경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원정에 거지같은 그라운드에 축구 관전 경험상. 약팀이라도 이 팀에게 질 때 됐지 하면 또 지기도 하더라구요. 

 

화가 진짜 많이 났지만 선수들이 경기 후 다가왔을 때 화를 내지는 않고, 꾹 참고 박수를 쳤습니다.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의형의 골대 강타가 들어갔다면, 마지막 코너킥 헤딩이 조금만 낮았다면 지금 박수 받았을 선수들인데, 그 한 끗 차이라면 지금 화를 내는 것도 좀 이상한 것 아닌가. 물론 이건 내 생각이고 다른 판단은 다 존중합니다. 쌍욕만 빼고.

 

이의형 선수는 갈수록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움직임에 힘이 붙고 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마지막 1%가 부족합니다. 어제도 헤더, 논스톱 등 다 보여줬는데 다 몇 센티 차이로 빗나갔습니다.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이의형 선수가 본다면 명심할 게 있습니다. 그게 운일 수도 있는데 그게 실력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완성을 목전에 둔 그 작은 차이가 이의형 선수의 이번 삶의 수준을 결정할 것입니다. 어제 헤너나 논스톱이 다 들어갔다고 가정해 보세요. 오늘 아침 이의형은 어제와 다른 선수였을 것입니다. 아.. 너무 아깝습니다. 다행인 점은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시즌 이렇게 끝나면 너무 아까워요. 이렇게 끝나면 올 연말 이의형 선수의 입지가 어떻겠습니까.

 

어제 경기를 보면서 할 말이 생긴 것은 박호민 선수. 막판에 헤더 경합 등에서 반칙이 몇 번 있었는데, 심판 문제도 없지 않았지만 막판 귀중한 시간에서 파울 하나는 1분입니다. 이 부분을 다음에는 더 신경을 썼으면 합니다. 아산 같은 팀에게 파울 없이 공을 따내지 못한다?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감한솔 선수는 아직 몸이 다 올라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안산, 아산 이 정도 팀은 탈탈 털었을 선수라고 생각하는데요, 어제는 몸이 마음도 안 따르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서 몸을 끌어 올리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감한솔로 어서 돌아와 주세요. 

 

김보용 선수 영입 때는 "태국 2부리그 출신이 대한민국 2부리그 팀의 넘버 9이라니"라며 좀 의아했는데, 일단 태도는 좋아 보이고 스피드도 있어 보입니다. 센스도 보이고요. 리그의 속도와 몸빵부터 하는 특성에 적응하면 나아질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약간의 차이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 입니다. 그걸 극복하는 게 한국에서 선수 생활의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선수들에게 전체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거칠게 자신있게 과감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어제 후반에 그렇게 했던 구간이 있었습니다. 상대는 위축됐고 팬들은 설렜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짧았습니다. 시즌 종반으로 넘어 갑니다. 뭘 아끼십니까. 들이대주세요. 

 

경기장 밖에서 아산 팬들은 장외 응원을 하더군요. 이런 기쁨을 먼 곳까지 간 우리 팬들에게 줘야 했습니다. 아산 경기장이 개판이면 그에 맞게 준비를 했어야죠. 한두번 경기하는 경기장도 아니고. 아산구단은 경기장 동선관리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경기 후 중고생들이 잔뜩 화가는 부천 팬들 사이로 아산 응원가를 부르며 지나갔습니다. 옛날 이야기 또 쓰는데, 예전같으면.. 흥분 상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모릅니다. 

 

이런 여러모로 아마추어 같은 구단에게 발리고 나니 돌아오는 길이 힘들었고, 이번주 내내 기분이 더러울 예정입니다. 

 

※ 오랜만에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스타일 후기를 썼네요. 후기를 보통 시간 날 때 또 읽고 틀린 글자나 내용 수정하고 추가하고 하게 되는데요, 그런 이유로 내용이 조금씩 변할 수 있습니다.수정 횟수를 버전으로 표시해야겠어요. 

6개의 댓글

Profile
이츠
2023.07.24

추천하고싶어 로그인했습니다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이의형선수를 팬으로써 조금 알기에 글쓰신 구간을 보여줘야 하겠네요 더욱 분발하고 힘이될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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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드가자
2023.07.24

게시글 중에 가장 공감이 가서 추천 누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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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풋볼
2023.07.24

공감 누르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게 참.. 한 팀의 팬이라는게

아래 뉴비님께서도 글을 올리셨지만

 

어떻게 내가 응원하는팀 구단과 선수에게

욕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할텐데

 

원래 애정이 많으면 많을 수록

실망도 큰 법 아니겠습니까.

 

각자의 스타일대로 표출되는 법이지요.

 

아무쪼록

프로 선수들은 경기장, 날씨 등 외부 요인으로인해

경기력이 갈리긴 합니다만

 

이런 경기 하나하나 살려가야만 플레이오프권 진출에 청신호일텐데 말입니다.

 

경기장이 어땠느니하고.. 아산이 물론 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산이 이겼습니다. 지언학선수가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였을까요..?

 

부천팬들이 승리를 염원하는 이유는

승격아니겠습니꺼?

 

바로 비슷한 승점권에 있는 팀들

김천을 제외하고

 

부산, 경남, 성남 등.. 다들 전력보강을 하고 있고

우리도 우리에 맞는 플랜이 있겠지만

 

어쨋든.. 우리는

승격이 필요하고 승격을 원하는 프런트 선수 감독이 필요합니다

 

이번시즌 중반이고 곧 끝이납니다

 

작년보다 나은 이번시즌을 바랬지만

그게 안될 거라면

한 발 더 뛰는 팀이 되었습니다

 

그게 또 우리의 역사가 되지 않겠습니까?

 

너무 아쉬운 맘에 혼자 주저리주저리 했습니다

 

이번시즌엔 봄천이란 딱지를 떼고

꼭 좋은 결말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부천~ 을 외칠겁니다.

Profile
김이든
2023.07.24

그런 논두렁에서 부상이라도 안난게 기적이죠 돈 아깝긴한데 다음에 이기면 되는거죠 선수들 빨리 복귀하다보면 다시 반등의 여지가 보일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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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로동동동
2023.07.24

선수들 몸풀때 전부와서 인사했었습니다! 제가 뭔가 딴지거는 것 같지만 작성자분 맘 상하시지 않았으면 해서 알려드려용

Profile
신동민
2023.07.24
@도로로동동동

딴지라뇨! 오류를 수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에서 너무 많이 자고 늦게 들어와서 못 봤나보네요. ㅋ 내용에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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