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sports/kfootball/article/343/0000123576
'먹거리' 없는 축구장을 상상할 수 있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지난 주말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현실로 펼쳐졌다. '집주인' 부천도시공사의 일방적인 요구로 인해 발생한 촌극이었다.
부천은 "공식 후원사인 '동네방네 소사동 양조장'에서 부천 막걸리를 판매하고, 또 다른 공식 후원사 '스페이스작'에서 야시장 푸드트럭 존을 운영해 해물 부추전, 제육볶음, 두부김치 등의 먹거리를 판매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부천도시공사와 소통하며 사전 협의도 마쳤다. 그러나 한 달 전부터 추진해오던 'BFC 랄랄라 야시장'은 부천도시공사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부천도시공사는 당초 막걸리를 팔더라도 술을 마시라는 권면 공지는 하지 않는 조건으로 부천의 야시장 개최를 수락했다. 그러나 경기 하루 전인 지난 25일, 부천 구단에 갑작스럽게 연락을 취해 '막걸리 판매를 비롯해 야시장과 푸드트럭 존 운영을 전면 취소하라'며 돌연 말을 바꿨다.
스페이스작은 부천 구단과 스폰서 관계를 꾸준히 이어온 업체다. 올해부터는 푸드트럭 존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부천이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스페이스작이 정당한 계약을 통해 얻은 권리라 할 수 있다. 부천 입장에서는 매 경기 변동성이 컸던 푸드트럭 존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파트너'이기도 하다. 영업 신고 등 푸드트럭 운영을 위한 공식적인 절차도 마친 상태라 문제 될 게 없었다.
축구장 내에서 이뤄지는 주류 판매를 두고 "경기장에서 술판을 벌인다"라고 표현하는 것 역시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다. 맥주 등 주류 판매는 경기장 내에서 허용이 돼있다.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경기를 즐기는 건 K리그뿐 아니라 야구 등 프로스포츠 팬들에겐 익숙한 풍경이다. 요즘 시대에 이를 두고 '술판을 벌인다'고 보는 이가 얼마나 될지 되레 의문이다.
물론 푸드트럭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부천 구단은 막걸리를 야외 매점에서 판매하라는 시정 요청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민원이 기사화되자, 부천도시공사는 언성을 높이면서 '전면 취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안주 성격이 아닌 기존 메뉴로 모두 바꾸라'며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까지 했다. 식재료를 이미 준비해둔 상황에서 하루 전에 모든 메뉴를 바꾸라니,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요구였다.
부천은 결국 26일 홈경기에서 야시장을 비롯해 푸드트럭 존을 운영하지 못했다. 후원사 스페이스작은 준비해둔 식재료가 쓸모없게 되어 큰 손실을 떠안게 됐고, 한 달 전부터 공들여 행사를 준비했던 부천 구단은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했다. 부천 팬들도 경기 당일 먹거리를 즐길 공간이 없어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언제 또다시 이런 '갑질'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부천종합운동장의 '주인'은 부천도시공사이기에,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구단은 따를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달 9일부터 10일까지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콘서트에서도 '잔디 존'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부천도시공사는 이 과정에서 부천 구단이 적절한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고지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