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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koner

2021.05.06

일반

개인적으로는 꼴지를 해도 1년간은 지켜보고 싶습니다.

조회 수 897 추천 수 10

 

모든 팀과의 1라운드를 돌았고 대강 전체적인 리그의 분위기는 눈에 들어왔다고 봅니다.

해볼만한 팀도 있었고 뭘 해도 답이 안나오는 팀도 있었구요. 전체적으로는 선수 기량이나 경험적인면에서도 부족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경기 결과보다는 무엇이 바뀌었는지 위주로 많이 봅니다. 이랜드-김천에서 이어지는 경기에서는 조금 실망할 뻔했는데 그 외 경기에서는 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그래도 보이긴 했거든요. 그 변화의 방향성이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이지는 않았지만요.

 

한편으로는 과거를 회상해보기도 합니다. 우리 응원가에 있죠. "22번 못 이겨도"

네. 암흑의 시즌이었던 03년을 눈으로 경험했던 그 시절을 말입니다. 경기당 평균 1.6골정도의 실점을 기록했던 한 해였습니다. 44경기 중에 승리는 단 3승. 이듬해인 04년에는 감독이 바뀌었습니다. 04년 역시 꼴지였고 승리는 단 4승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분위기와 당시의 분위기는 꽤 달랐습니다. 시즌 개막 후 13경기째가 되어서 1승을 거두면서까지 감독이나 팀에 대한 비난부터 올라오지는 않았거든요. 이유는 여러가지겠습니다만 04년도에는 이미 팀이 맨 밑바닥까지 갔던 상황이었기에 팬들의 기대치가 낮아서였던 것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즌 막판이 되면서 순위상으로는 꼴지였으나 낮은 실점률로 대부분의 경기가 무승부였었기 때문에 공격력만 높이면 된다는 것과 04년 FA컵 준우승이라는 것도 05년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아챔의 중요성이 낮았던 시기이고 대개의 팀이 FA컵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남아있어 주로 하위권팀들의 잔치였었던 것을 감안해보면 실제로는 FA컵으로 인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보다는 '결승' 이라는 무대 그리고 우승이라는 기대감이 더 흥분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반대로 현재 우리의 분위기는 리그 자체를 해볼만 하다고 생각되어서인지 혹은 새로운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게 형성되어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최근에서야 팀의 능력치 파악이 되었으니 무조건적인 비난은 약간 사그라든 느낌이긴 합니다만  '부천' 이란 팀을 위한 것이라면 우리가 국대축구보고 인터넷에 욕지거리 하는 것같은 방식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같이 안고가는 방향이 맞지 않나란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이제와서 감독을 다시 경질해서 오는 보상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그렇고 다른 감독이 온다하여서 지금의 상황에서 100% 반등이 가능하다는 보장 또한 없다는 것은 우리가 더 잘 알지 않습니까?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이 나아질지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정리해서 동료(팬)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괜히 경력부심을 부리는 것같기도 하지만) 당시를 경험했던 사람으로써 축구는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타팀에 비해 모자라는 팀일 수록 더 그렇습니다. 재미있게도 당시에도 현재 우리팀과 같이 국내선수 위주였고 신인선수나 타팀에서 이적해온 노장선수 구성이었는데도 05년의 성적이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어떤 한 선수는 내셔널 리그에서 이적해와서 04년도 시즌 내내 0골이었다가 05년도부터 골을 넣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국가대표가 된 케이스도 있습니다. (고기구) 암흑기를 함께하며 한 시즌 70골 넘는 실점이었던 팀의 수비수가 04, 05년을 거치면서 최소 실점팀의 수비 중심이 되면서 국가대표가 되었던 케이스가 있습니다. (김한윤) 대학 신인으로 부천에와 두각을 보이면서 또 역시 국가대표로 성장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 김재성 , 조용형 )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번 시즌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단순 실력이나 조직력의 부재가 아닌 '노력' 하지 않거나 '포기' 하는 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질타해도 모자름이 없을 것 입니다. 단순 비난, 비판보다는 어떤 부분이 좋았고 안좋았다를 서로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독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팬들의 의견이야 다양하고 그 가운데서 여러 방식의 채찍이 나올 수는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면 작년부터 꾸준하게 지적되어오는 것이 '공격력' 에 대한 이야기인데 감독이 이를 의식해서 최근에 공격적으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생각대로 축구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확실히 감이 안잡히는데 혹시 전자라면 적어도 1년동안은 감독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축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송선호감독인데 '성적' 이나 '여론' 에 대한 의식에 자기 스스로 무너진 케이스라고 봅니다. 1년동안 팀을 리빌딩했다기 보다는 초장부터 플옵에 진출했으니 다음 시즌은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선수 절반을 갈아치우고나서 어정쩡한 수비 축구하다가 여론 안좋으니 안되는 공격하다가 안됨을 반복하다가 결국 무너졌습니다. 적어도 이 꼴을 두 번 다시 경험하게 된다면 우리 팀의 발전은 없을 것 입니다. 자기 축구를 하십시요. 1년동안 팀을 만들생각이라면 내년 시즌에 선수 절반 이상이 갈려나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나태해지거나 부지런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면 감독의 책임이라 생각하고 질타하겠습니다. 선수들이 무엇을 해야할지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감독의 역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선수들에게도 전합니다.

 

제가 위에 말했던 선수들의 성공이 있었던 것은 당시 선수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05년 노장선수로 부천에 이적했던 변재섭 선수 인터뷰를 봐도 얼마나 선수들이 뛰어다녔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후배들이 대견스러워요. 경기장에만 들어오면 모두 반 미쳐서 뛰어다니거든요.(웃음) 예전 전북 시절과 비교해도 확실히 달라요. 전북 후배들을 보면 대부분 좋은 대우를 받고 입단한 선수가 많죠. 그러다보니 훈련이나 임하는 자세 등이 조금 약한 면도 있어요.” 

“반면 여기 후배들은 밑바닥 생활을 하다가 올라온 선수들이기 때문에 밑바닥 생활의 고통을 알아요. 더 이상 내려가면 안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모두 정말 죽을 각오로 운동을 해요. 정말 열심히 하죠.”

 

젊은선수들은 신인인 만큼 미친듯이 뛰어다니고 선배 선수들은 후배에 대한 모범이 보이길 바랍니다. 자신이 더 높은 곳에 가고 싶다면은 더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졌다고, 실점했다고 포기하지말고 절치부심하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볼트래핑이 부족하다싶으면 남아서 수천번을 연습하는 선수였으면 좋겠습니다. 

 

간혹 우리같은 팀은 선수단 전부 숙소에 쳐박아두고 핸드폰 다 뻇고 미친듯이 굴려야 한다거나 야구의 김성근 감독 데려와서 해야한다고 우스개 소리로 하긴 하는데 진심으로 이랬으면 좋겠다 싶을정도 입니다.

 

마지막으로 구단에게는 아쉬운 마음을 보냅니다.

 

당장 올해 '꼴지'를 했을 때 감독을 잘라버릴 생각이라면 모를까 어떤식으로 시즌을 이끌어나갈 것인지 시즌 초반에 분위기에 대한 상기가 전혀되어있지 않았다라는 겁니다. 단순히 감독 문제, 예산 문제라는 핑계로 뒷짐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저뿐인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감독 선임을 한 책임을 가지고서 "올 한해는 예산적으로 선수층면에서도 많이 힘든 한해가 될 것이다. 승리가 없을 수도 있고 꼴지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1년동안 지켜봐 달라. 구단 차원에서도 될 수 있을데 까지는 선수단에 지원을 할 생각이다" 정도는 팬들에게 말할 수 있었다면 시즌 초반부터 게시판 분위기가 이러지는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예능 찍는 것보다 선수단이 더 진지해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하곤 하는데 우리의 목표가 무엇이며 어떻게해야 팬들이 만족할지에 대해서 더 노력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머리속에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되네요. 사실 이 전에도 글 몇 번 썼다가 귀찮아서 지우고 그랬어요. 경기 후에 저도 후기라든가 올려보도록 해야겠습니다.

 

 

 

6개의 댓글

Profile
황상현
2021.05.06

2004년 중후반부턴 재밌었어요. 김정수같은 노련한 센터백이 수비라인 잡아가는 모습 보면서 처음 성적이나 결과 상관없이 재미있다는 생각도 많이했고요. 그게 05년엔 성적으로 나타나더군요. 그때 과연 SK가 기다려 준건지 그냥 팀 운영 자체에 별 관심 없어서 놔둔건진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론 충분히 리빌딩한 시간이 됐죠.

 

지금 우리 팀 상황에서 최하위권 성적 받는다고 이상할 거 하나 없습니다. 다만 16년, 19년 튀는 성적이 우리 원래 실력인양 착각하고 기대감도 높여놓은 부분이 작년 송선호감독을 조급하게 만들었던거 같고요. 원래 잘하던 축구를 하나도 못했죠.

 

이번 시즌 앞두고 감독 선임 과정에서 외부 압력이 있었지만 구단이 뚝심있게 밀고 나간데는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조금 더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겨우 한바퀴 돌았는데 벌써 경질 얘기 나오는 팀이면 누가 와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이영민 감독이 자기 경력 조지면서까지 감독직에 연연하며 계약기간까지 버티기할 인물은 아닐것 같고요. 안되겠다 싶으면 알아서 나갈것 같아요. 근데 인터뷰나 전해지는 말들을 보면 아직은 기다려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생각해온게 있으면 많이 시도 해봤으면 좋겠네여. 많은 지원은 못해주는 팀이지만 다 알고 왔으니 감내해가면서.. 포기하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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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on부천
2021.05.06

좋을 글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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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킥
2021.05.06

정말 좋은글인데 내년이면 선수단 절반 이상이 나가고

들어 오는것이 문제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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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담벼락
2021.05.06

아주 좋은 글입니다...

백프로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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ㅌㄷㅌㄷ
2021.05.06

리빌딩 얘기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계속 하더군요.

그런 만큼, 성장하는 젊은 주축 선수들 많이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매년 그러고 있으니 말이죠. 성장해서 1부로(혹은 2부에서도 상위급 팀) 이적한 선수가 꽤 많았으니까요.

... 어느샌가 잊고 있었네요. 반성합니다. 스물두번 못이겨도. 3부리그 에서도.... 섶팅을 못하니 가사도 잊어버리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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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모기
2021.05.07

시즌 중에 한 두번씩 이렇게 긴 글 쓰시는데 막힘 없이 읽히고 공감까지 되는 글이 몇이나 있나 싶습니다.

솔직히 요즘 너무 하향세라 제 안에서 부천에 대한 애정이 조금 꺾였었는데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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