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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2023.07.31

서포터

2023년 7월 30일 vs. 부산 홈경기 후기(V 1.0)

조회 수 428 추천 수 9

일요일 저녁 경기는 무리다. 개인적으로는 경기 후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다음 날부터 피곤이 예약된다. 과거에는 지방 원정 후 월요일 새벽 3~4시에 서울에 도착하고 아침에 출근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이제 체력이...

 

경기 시작 전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옷을 벗을 생각은 없었는데, 옷이 젖으니 무겁기도 하고, 또 추웠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벗어보나, 그러고 보니 2001년 목동 이후 벗어본 적이 없다. 뭐? 20년이 넘었다고? 목동에서는 '3골 들어가면 벗는다'는 암묵적인 룰 같은 게 있었다. 올 시즌도 승격이 확정되면 벗어야지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본의 아니게 때가 빨리 왔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내가 축구를 대체 왜 보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있었지만 말하기는 그렇고, 생각이 흘러흘러 나도 매너리즘에 빠졌고, 이렇게 가다가는 이별만 있겠다 싶었다. 나에게 초심은 응원으로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분들은 또 다른 가치를 둘 것이고, 그런 모든 다른 의견은 존중한다.

 

비가 와도 초심찾기는 계속 되어야 했고, 오히려 더 신이 났다. 전생에 개였나.. 콜리더는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제스처나 함성을 각자 알아서 하자는 제안을 N석에 했다. 우리가 이번 경기에 승리를 원하는 간절한 만큼 선수들에게 표현하자는 것이다. 그게 전달이 되면 오늘 경기 후회없이 할 수 있지 않겠나 싶은 거지. 잘 전달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응원도 최선을 다 했다. 선수들도 최선을 다 했다. 마지막 그 10센티미터 그게 어제도 정말 아쉬웠다.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어제 경기도 이의형의 재발견이다. 가까이 보니 웨이트도 잘 된 것 같다. 체력도 상당하다. 어제도 헤딩 등 몇 번의 찬스가 있었다. 골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많은 지도자나 팬들이 "흠.. 저 정도면.."이라는 생각을 할 법 하다. 하지만 프로는 숫자로 말한다. 다음 경기부터 바로 그 포인트를 더 올려서 올 시즌을 터닝 포인트로 만들기를 바란다. 관중석을 봤겠지만, 이의형의 포인트를 원하는 팬들이 많다. 올 시즌 전에 이의형의 존재를 몰랐던 사람들이 그 중 태반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친구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함성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주현은 어제 리그 주전급 골키퍼라는 것을 보여줬다. 계속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면 연말에는 어떤 팀에서든 "이제 우리 팀 와서 주전하지?"라는 제안을 받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승리했으면 좋았겠지만 무실점을 기록하는데 이주현의 활약은 아주 돋보였다.

 

서명관은 어제 아주 잘했다. 22세 이하인데, 안재준 유승현 다음에 터진다면 서명관인가 싶었다. 끈질긴 수비로 상대의 결정적인 찬스를 수차례 막아냈다. 그대로 자라준다면 부천 수비의 또 다른 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어제는 이동희, 닐손 등 우리 수비진들이 다 잘 했다.

 

김보용이 뛰는 것을 보면서 지난 경기처럼 센스, 빠르기 등은 여전히 좋은데 "거칠게 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다 좋은데 파괴력이 보강되면 더 좋을 것 같다. 몸싸움을 키워야 할 것 같고, 우당탕탕 뚝배기 꽝 우두둑 하는 그런 결기와 저돌성이 있으면 어떨까 싶다. 찬스는 공을 돌리다가, 드리블 하다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밀고 들어가서 흔들 때 불확실성 속에서 생길 수도 있다. 늦었다 싶을 때, 빼앗겼다 싶을 때도 그 좋은 스피드와 센스를 활용해서 다다다닥 붙어주고 후두둑 털어주면 뭔가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성실해 보이기 때문에 좀만 더 하면 터질 것 같아서 하는 소리임. 

 

경기 내내 특히 후반에 몰아칠 때는 승리에 대한 열망, 승점 3점에 대한 진정성, 팬과의 호흡이 보여서 가슴이 뛰었다. 축구장에서 서포터가 되었을 때 느꼈던 초창기와 같은 설레임이었다. 경기 결과는 아쉽다.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니까. 하지만 경기 자체에는 큰 박수를 주고 싶다. 최선을 다 했고, 다들 자랑스럽다. 우리에게 또 선수들에게 추억과 같은 경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부산은 빌빌거리던 얼마 전 부산이 아니다. 하반기를 대비해 보강도 꽤 된 것 같고, 모기업의 지출도 늘어난 것 같다. 1부리그 터진 것을 보면서, 기업 마인드에서는 빨리 가서 흐름을 타야겠다는 생각을 할 법하다. 최근 흐름도 좋다. 이런 팀에게 이렇게 강대강으로 붙어서 성과를 낸 것은 우리 팀에게도 자신감을 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요즘 부산과 이 이정도로 붙으면 K2에서는 모든 팀과 해볼만한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남은 시즌을 대비하면 좋겠다.

 

경기 전 짬뽕과 탕수육을 먹었는데, 경기 후에는 너무 배가 고팠다. 내려오는 길에 휴게소는 편의점 뺴고는 다 문을 닫았다. 빵을 사먹었는데 배탈이.. ㅠ.ㅠ 불량식품이었나. 나에게는 원정 같은 홈경기였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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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풋볼
2023.07.31

디테일한 분석과 응원의 한마디씩.. 잘 읽었습니다!! 이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응원해준다면 선수들도 고마워하겠죠? 어제 진짜 선수들 잘 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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