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이야기를 해 볼까 ... 27 (10-10 클럽)

양원석 2025.06.03 23:45:54

1996년 목동에서 열린 경기는 그야말로 골잔치였습니다.
4:3으로 승리한 게임도 나왔고 3:2 경기는 뭐 단골이었죠.
이때 목동에서의 골 폭죽으로 스포츠 서울에서는 '목동에 골 보러 오세요' 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경기가 이기건 지건 화끈한 내용들이 연속으로 나왔습니다.

이때 하이텔 축구동에서 활동하시는 타 팀 팬 분들이 오셔서 경기를 직관하시곤 했습니다. 당시 TV 중계가 많이 없다보니 힘들게 직접 오셔서 경기를 보셨습니다. 여름에야 오목교역이 개통했기 때문에 영등포구청 역에서 버스타고 와야 함에도 많이들 오셨습니다.
그래서 이때 게시물들 중에는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겼지만 축구는 부천이 잘했다' '와 유럽축구보는 줄 알았다' '패싱플레이 왜 이렇게 잘하냐' 등등의 극찬 글이 게시판에 여러개 올라왔던 때였습니다.

'니포축구'의 정점이었다고 감히 말해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김기동 선수의 전력이탈도 나왔습니다. 김현석(현 전남감독) 선수가 김기동 선수가 킥을 하는 과정에 축구화를 갖다대서 무릎이 박살나버린 사건이었습니다.
이때 전치 6주 나왔는데 아무리 봐도 6주만에 끝날 부상은 아니었습니다.
구단 관계자 분에게 여쭤보니 "병원에서 6주 이상의 진단은 안내준다. 그 이상 진단이면 사실상 사망이라고..."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때 그렇게 들었습니다.
이런 큰 부상을 겪고도 그 부상 이겨내고 부천과 포항에서 선수생활을 오랫동안 이어간 김기동 선수가 정말 대단한거죠.

그리고 그 골폭죽이 계속되던 여름 초입에 스포츠 서울에 가서 김덕기 캡틴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부장님. 지금 리그 상황을 보니까 부천의 조셉과 포항의 라데가 기록한 공격포인트가 심상치 않습니다"
"흠? 그래요?"

-리그 이제 절반쯤 갔는데 조셉이 5골4어시스트고 라데는 6골5어시트거든요. 이 추세로 가면 둘중 누구 하나는 시즌 끝나고 10골10어시스트 넘길거 같아요. 야구에서도 MLB는 30홈런-30도루 KBO는 20홈런-20도루 라는 기록이 있는데 우리 프로축구도 한시즌 10골-10어시스트 이야기 할만하지 않나요?
우리 프로리그에서 아직 그 기록 낸 선수 없는걸로 알거든요. 이런 이슈는 찾아 만드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이 이야기를 들은 김덕기 부장님은
"야 한석아. 양원석씨 말 들었지? 당장 기록 확인하고 오늘 (기사) 올려라"

하고 옆에 있던 김한석 기자님에게 지시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기사로 10-10 클럽 이야기가 올라왔습니다.

이 기사를 시작으로 라데는 돌연 집중견제 및 언론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번 경기인가 다음 경기인가. 그동안 한국프로축구에서 없던 기록이라면서 10-10 클럽, 트윈타워 등등으로 불리면서 여름철 내내 언론을 달궈댔고 아슬아슬하게 라데는 이 업적을 달성합니다. 

사실 골이라면 몰라도 어시스트는 쉽게 달성되는 기록이 아니죠. 그럼에도 이 둘을 한 시즌에 두자리수 기록했다는 건 세계 어디 리그를 가더라도 쉬운 일 아닙니다. 만능형 공격수를 나타내는 상징이죠.
하지만 이후 10-10 클럽을 놓고 언론이 떠들썩한 일은 없었습니다.
이후 두번째 10-10 클럽은 김도훈 선수가 개설했지만 그걸 다룬 기사는 없었습니다.

뭐 이후에도 몇몇 선수가 달성은 했지만 그게 기사화된 적은 얼마나 될까요?
씁쓸하긴 합니다. 언론이 일을 안한다는 생각이 많이 하게 됩니다.
이후에 공격관련된 선수들이 은퇴할 때 '통산 XX골-XX어시스트 클럽' 비슷한게 만들어져서 비공식적으로 이야기 되는 걸 보곤 합니다.

이런 역사들이 많이 이야기 안되는게 늘 아쉽습니다.



***
이제부터 옛날이야기는 이전부터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늘어놓는 것이 아닌 시간을 왔다갔다하며 여러 이슈들과 엮어서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최근에 나온 이슈들에 대한 옛이야기 같은 것들도 섞어보려는 겁니다.
이전에 '잔디가 얼어붙은' 이야기가 그 시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