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제의를 받았을 때엔 손사래쳤습니다.
아니 뒷방 늙은이가 뭐하러 나서야겠어...내가 2019 정규리그 막판 때 날뛰는거 함 했지만 그 이후엔 그렇게 응원하면 몸이 피곤해. 지금도 그렇게 글 쓰라면 너무 힘들고...
거기다 나 다리수술 한 다음엔 걷는것도 힘들고 체력이 확확 떨어졌거든?
그런 나이먹은 놈이 내가 잘났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이젠 30대 40대들이 중심 잡아주고 난 도와주는거 정도 외엔 할게 있나?
괜히 아유 저 꼰대가 왜 나서냐 소리 들을까봐 겁나네...
라고 했더니만
"ㅇㅇ 그 도와주는게 바로 그런거 바로잡아주는거다. 오래전부터 붉은악마에서도 기억력 하면 너 아니었어?"
라는 말엔 더 피해다닐 구실이 없었습니다.
구단 처음에 만들 때 1995 관련 이야기를 한 이후 무려 15-16년만에 다시 제대로 글 써보자고 한 거였습니다.
관련해서 이야기 들은 뒤에 일단 상황들 살피고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고 하나하나 구상을 해 나갔습니다.
반박만 한다면 아주 쉬운 거였습니다. 여러분들이 환호해 주신 바로 그 구절만 딱 쓰면 끝이니까요.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다시금 생각해 봤습니다. 특히 재작년에 건강 안좋아서 다리를 자를 뻔 했습니다. 아마 몇몇 분들은 제가 다리에 피 흘리면서 다니던 것 보셨을 겁니다. 작은 상처인데 이게 경기장 다니면서 세균감염되어 가지고 심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른발 복숭아뼈 아래를 모두 자를 뻔 했었어요. 그래서 시축때에도 공이 멀리 가지 못했답니다.
지금 보니 응원석에서 라면먹는거 식겁한 글이 올라왔던데 이거 중요합니다. 경기장에서 다쳐서 잘못되면 큰일납니다. '잠깐이야 뭐' 하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다치면 안됩니다. 다 걱정되서 하는 말입니다. 저처럼 몸 하나가 불구되면 큰일납니다.
여튼 이렇게 건강이 안좋은 것을 보고 걱정해주는 분들, 주변의 친구, 형님들이 한분한분 제 곁과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며 제가 이야기를 못하게 되는 상황도 떠오르게 되더군요.
그래서 '그래 이왕 쓸 바에야 옛날 하이텔 이야기부터 써야겠다. 그 때의 이야기들. 그때 고생한 것들을 다 이해해주지 못하더라도 그래도 남겨놔야 된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들을 쓸 수 있는 데 까지 다 써보겠다고 작정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글이 아니라 제가 기억한 여러가지들을 짧은 글에 몰아넣자니 글 하나에 여러 이야기들이 뭉뚱그리며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에 생긴 욕심이라 생각해 주세요.
설 연휴 전에 중요한 내용이 담긴 글을 퇴고하며 제 글을 봐 주는 사람들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난 우리 애들이 당당했으면 좋겠다. 내가 쓴 이 글들이 우리 애들이 당당해지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제3자가 보더라도 참고할만한 풍부한 이야깃거리들이 많습니다. 이런 여러 이야기들이 시냇물이 되어 모여서 강이 되고 그 강이 바다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시냇물이 강까지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나도 적었습니다.
그걸 남기는 게 내가 지금까지 축구팬으로 살아왔던, 글쟁이로 살아왔던 것의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글이 이제 20회를 넘었습니다. 언제 이야기가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러 에피소들을 이야기 할거고 공감을 가지실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남겨놔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하나하나 써 가고 있습니다.
나이든 올드맨의 이야기를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작은 이야기로 여러분들이 당당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전 기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